카카오테크 부트캠프의 이론 기간이 내일이면 끝난다. 나는 이론 기간을 단순히 ‘기술을 접해보는 시간’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내가 이 기술을 왜 사용하는지, 왜 이 기술이어야 하는지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나의 이론 기간 목표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내가 뭘 써야 하는지도 잘 모른다는 걸 깨달았다. 기술을 왜 써야 하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실제로 구현하고 유기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고 중요한 일이었다.
‘가르쳐 주는 것보다 더 얻어가겠다!‘는 기백으로 이론 기간을 버텼다. 정말 가르쳐 주신 것 이상을 얻어간 주제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주제들은 헉헉거리며 겨우 따라갔다. 나의 부족함을 처절하게 마주한 시간이었다.
이 회고는 기술적 내용은 잠시 미뤄두고, 개인적 경험과 에피소드 위주로 작성하려고 한다.
브로드캐스팅 체질인 줄 알았는데!

나는 어릴 때부터 수업을 듣는 게 너무 재밌었다. 근데 복습과 자습을 소홀히 했다. 공연을 복기하듯 기억력에 의존해 시험을 봤다. 효율이 나쁘지 않아서 이 이상의 노력은 하지 않았다. 카카오테크 부트캠프 초반에도 같은 방식으로 공부했다. 강사님이 쏟아내는 지식을 무작정 흡수했고, 기억에 의존해 과제를 처리했다.
Docker를 배우던 날도 강의가 너무 재밌었다. 도커를 왜 써야 하는지 이해했고, 이미지 서명과 검증까지 해냈다. 심지어 LLM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를 위한 docker-compose까지 작성했지만, 결국 배포는 하지 못했다. 도커 기반의 CI/CD 파이프라인 구축 같은 응용 과제는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경험을 계기로 기술의 본질을 이해하는 건 기본이고, 스스로 반복 숙달하며 기술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술의 목적을 명확히 파악한 후, 전체적인 그림을 이해하고, 다시 직접 구현하는 과정을 반복해야만 진짜로 배운다는 걸 알게 됐다. 내 생각이 바깥을 향한 뒤부터가 진짜 공부라는 걸 깨달았다.
Kubernetes를 처음 배울 때, 리플리카셋, 디플로이먼트, 초기화 전용 컨테이너의 YAML 구조를 달달 외우는 식으로 접근했다. 그러나 막상 배포에서 계속 오류가 났다. 그때부터는 공식 문서와 유튜브, 다양한 블로그를 참고하면서 전체적인 구조를 잡아나갔다. 이후엔 배포 과정이 훨씬 수월해졌고, 내가 뭘 모르는지 알게 되니 트러블 슈팅 과정도 재밌었다.
오프라인 출석과 경비대원

이론 기간은 원래 온라인 수업이라 집에서 들어도 된다. 집에서 수업을 듣던 시기엔 쉬는 시간마다 피아노를 쳤다. 어느 순간부터는 피아노 치려고 쉬는 시간만 기다리고 있었다. 편했지만 집중이 안 됐고, 변화하려면 환경부터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매일 교육장에 가기로 다짐했다. 나는 온라인 기간에 매일 아침 8시 30분까지 판교 교육장에 출근했고, 밤 11시까지 공부, 과제, 실습, 운동을 마친 뒤 막차를 타고 퇴근했다.
매일 출근하는 교육생들을 모아 경비대원 역할을 부여하는데 초반에 지원자가 없어 얼떨결에 맡았다가 온라인 교육이 끝나는 날까지 계속 경비대원을 하게 됐다. 또, 오프라인에 꾸준히 나오다 보니 다른 과정 교육생들과 친해졌고, 오프라인에 꾸준히 나오는 교육생끼리 해커톤 팀을 꾸려서 수상도 했다. 환경을 바꾸려는 나의 노력이 성장과 좋은 결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걸 몸소 느낀 소중한 경험이었다.
멘토링은 참고용
카카오테크 부트캠프의 큰 장점 중 하나는 현직자의 멘토링이 있다는 점이다. 강연 형태로 진행되기도 하고, 지나가다 가볍게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N:1 또는 1:1의 진지한 멘토링이 열리기도 한다. 현업에서 오랫동안 경험을 쌓은 멘토님들의 이야기는 신뢰가 갔고, 내가 생각지도 못한 깨달음을 얻는 순간도 많았다.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멘토님들의 조언을 곧이곧대로 따랐다.
다른 팀의 멘토링을 엿듣던 중, 한 교육생이 멘토님의 조언과 상충하는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는 걸 들었다. 그 때 멘토님은 계속 팔로우업 질문을 하며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현재 처한 상황이 어떤지에 대해서 파악했고, 그 교육생의 현재 상황에선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맞다는 답을 해주셨다. 나는 이 경험을 통해 멘토링은 방향성일 뿐, 내 상황과 맞추고 적용하는 과정을 결국 내가 해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 후부턴 멘토링을 무작정 수용하기보다, 나의 상황에 맞게 한 번 더 맞춰보는 습관이 생겼다.
Work-Life Blend
원래도 워라밸을 크게 따지는 성격은 아니었다. 몇 년 전에 돈을 모으려고 삼성 SDI에서 4조 3교대 근무를 했었다. 처음 해보는 교대근무에 몸 상태는 최악이었지만 퇴근해서도 실수한 거 없나 복기하고, 명절에도 전자공학박사인 친척에게 IR/OCV 과외를 받았다. 잠깐 돈 모으려고 하는 건데도 일 생각만 하는 날 보며 워라밸은 지킬 수 없게 태어났구나 싶었다. 유전인 것 같기도 하다.
카카오부트캠프 OT 때, 구름 대표이사 wane의 특강이 진행됐다. wane은 Work-Life Balance가 아닌 Work-Life Blend된 몰입하는 개발자로 성장하라는 당부를 했다. 나는 Work-Life Blend라는 단어에 완전 반했고, 버스에서도 코딩했다. 너무 몰입해서 핸드폰을 두고 내린 적도 있다.
회사는 어떻게 돌아가나
이론 기간 동안 강의, 특강, 멘토들과의 대화를 통해 회사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하는지를 조금이나마 알게 됐다. 기술 자체의 중요성뿐 아니라, 기술의 유기적 연결, 협업 능력, 명확한 커뮤니케이션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아직 부족한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앞으로의 프로젝트에서 보완할 계획이다.
그리고 매일 교육장에 출근하며 강사진과 운영팀의 협업을 직간접적으로 목격하면서 여러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상승했다. 인턴 경험조차 없는 나에게는 이런 간접적인 조직 경험도 큰 자산이 됐다.
기술적 성장
매일이 자책과 실책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기술을 바라보는 관점과 이해력은 크게 성장했다. Docker를 써보기만 했지 만들어 본 적은 없었는데 이제 컨테이너 환경 구성해서 CI/CD까지 직접 구축할 수 있게 됐고, 해커톤 땐 AWS 설정 하나하나에도 벌벌 떨면서 만들었는데 이젠 쓰리티어는 눈 감고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NAT 게이트웨이를 깜빡하고 안 지워서 사용료를 20불 넘게 낸 적도 있지만 이젠 terraform destroy로 딸깍 지울 수 있게 됐다.
이제 새로운 기술이 더 이상 두렵지 않고, 모르면 GPT랑 씨름하고 검색해서 찾아내면 된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 기술적 성장보다 더 큰 수확인 것 같다.

이론기간 동안 얻은 기술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새로운 공부법, 노력하는 태도, 성실함, 몰입의 경험, 조직 체험, 기술적 성장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프로젝트에서는 커뮤니케이션 능력 향상에 초점을 두고 Work-Life Blend된 개발자로서 성장할 것이다. 파이팅!
이상 이론기간 회고 끝

![[KakaoTech] 이론기간 회고 | 기술에 대한 명확한 이해와 반복숙달](https://icecreamzoa.com/wp-content/uploads/2025/03/image-6.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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